곤잘레스, '기아 챔피언스 컵 테니스 2015' 우승

테니스 전설들의 대결에서 페르난도 곤잘레스(35 · 칠레)가 왕중왕에 올랐다.
곤잘레스는 25일 서울 올림픽공원 SK 핸드볼경기장 특설 코트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챔피언스투어 '기아 챔피언스 컵 테니스 2015' 결승에서 마이클 창(43 · 미국)을 2-0으로 제압했다.

대만계 미국인인 창은 1989년 최연소 프랑스 오픈 우승자로 아시아 테니스의 전설.  그러나 곤잘레스는 2004년 아테니 올림픽 단식 금메달리스트 및 2007년 호주오픈 준우승을 거둔 실력자. 상대적으로 젊은 패기로 힘있는 포핸드와 서비스로 노련한 창을 눌렀다.

특히 곤잘레스는 앤디 로딕(미국) 대신 참가해 영예를 안았다. '광서버' 로딕은 대회 직전 발목 부상으로 불참했지만 곤잘레스가 4000명 관중 앞에서 우승하며 아쉬움을 씻었다.

전날 준결승에서 곤잘레스는 고란 이바니세비치(44·크로아티아)를 2-1로 누르고 결승에 올랐다. 이바니세비치는 2001년 윔블던 우승자로 이번 대회 최고령 선수지만 지난해 US오픈 우승자 마린 칠리치(14위·크로아티아)의 코치로 녹슬지 않은 기량을 뽐냈지만 곤잘레스의 벽을 넘지 못했다.

마라트 사핀(35·러시아)과 고란 이바니세비치(44·크로아티아)가 맞붙은 3·4위전과 페르난도 곤살레스(35·칠레)와 마이클 창(43·미국)의 결승전은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결승전에 앞서 열린 사핀과 이바니세비치의 3·4위전은 시종일관 팬들과 함께하는 분위기였다. 사핀은 선심이 아웃이라고 선언하면, 경기장이 쩌렁쩌렁 울려퍼지도록 큰 소리로 “인”을 외치며 관중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바니세비치의 쇼맨십도 사핀에 뒤지지 않았다. 이바니세비치는 선심의 어깨를 주물러주고 관중석에 있는 팬과 함께 셀카를 찍기도 했다.

그렇다고 두 선수가 시합을 대충한 건 아니었다. 강한 서브와 정교한 스트로크를 주고받으며 매세트 접전을 펼친 끝에 사핀이 2-1(6-3 3-6 11-9)로 이겼다.

반면 곤살레스가 창에게 2-0(7-6<4> 6-2)으로 이긴 결승전은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펼쳐졌다. 창은 1세트 5-2까지 앞섰으나 내리 점수를 허용하며 1세트를 곤살레스에게 내줬다. 창은 라켓을 등 뒤로 돌려 공을 받아넘기는 묘기를 보여주며 팬들의 환호를 받았지만 2세트도 곤살레스에 내주면서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곤살레스는 세계 주니어 랭킹 1위 출신으로 2007년 호주오픈 단식, 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복식 금메달·단식 동메달,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단식 은메달을 딴 선수다. 발목 부상으로 이번 대회에 불참하게 된 앤디 로딕(33·미국) 대신 대회에 참가해 우승까지 하게 됐다. 지난해 영국 런던에서 열림 챔피언스투어 이후 두 번째 우승이다.

1998년부터 시작한 ATP 챔피언스투어는 일종의 이벤트성 대회지만 참가자격 요건은 까다롭다. 만 35세 이상의 은퇴한 지 2년이 지난 선수 중 전 세계 랭킹 1위, 메이저 대회 결승 진출자, 데이비스컵 우승팀의 단식 선수만이 이 대회 참가가 가능하다. 전세계에서 총 60명의 선수만이 ATP 챔피언스투어 참가자격을 갖추고 있다.

챔피언스 투어도 자체 랭킹이 있고 성적이 기록으로 남는다. 그러나 승패에 매달리기보다는 왕년의 스타들과 팬들이 격식에 구애받지 않고 테니스를 즐기는 무대다

한국에서는 처음 열렸다. 현역에서 물러나 체력적으로는 떨어지지만 정상에 올랐던 선수들인 만큼 실력은 여전하다. 전날도 곤잘레스와 이바니세비치가 접전과 묘기를 펼치며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내는 등 강한 인상을 남겼다.

대회를 주최한 지선스포츠마케팅은 "향후 안드레 애거시(45 · 미국)나 피트 샘프라스(44 · 미국) 등 스타들을 초청할 계획도 있다"면서 "또 이번 대회를 발판으로 정식 ATP 투어 대회 유치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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