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호주오픈 남자복식에서 앤디 머레이(왼쪽)와 노박 조코비치가 한 조로 뛰며 득점 뒤 기뻐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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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월, 10대의 마지막에 선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와 앤디 머레이(영국)는 한 팀이었다. 호주오픈 테니스 남자복식에 짝을 맞춰 함께 출전했다. 64강에서 탈락했고 그때를 마지막으로 다시 코트 같은 편에 서지 못했지만, 1987년생 동갑내기인 두 친구의 출발은 한 팀이었다.

10년 뒤 1월, 둘이 한 팀으로 뛰었던 이 대회는 둘을 지긋지긋한 악연으로 만들었다. 세계랭킹 1위와 2위에 나란히 서 있지만, 만나기만 하면 매번 똑같은 희비로 마무리 된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1일 ‘머레이가 조코비치를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제목으로 “조코비치는 머레이보다 일주일 늦게 태어났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유모차를 상대하는 페라리처럼 머레이를 밀어내고 있다. 최근 12번 대결에서 11번을 이겼다”며 “라켓을 바꾸든지 줄을 조이든지, 조코비치처럼 최고의 수비를 하는 선수에게는 지금처럼 안전한 테니스보다는 보다 더 공격적이 될 필요가 있다”고 ‘영국의 자랑’ 머레이의 준우승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1월31일 호주 멜버른 로드레이버 아레나에서 끝난 2016 호주오픈 테니스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머레이가 또 조코비치에게 져 우승을 내줬기 때문이다.

조코비치는 머레이를 3-0(6-1 7-5 7-6)으로 누르고 호주오픈에서만 6번째 챔피언에 올랐다. 2008년 이 대회에서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타이틀을 따낸 뒤 2011~2013년과 지난해에 이어 올해 다시 왕좌를 지켰다. 최근 6년 동안 5번이나 우승할 정도로 호주오픈에서는 적수가 없다. 역대 호주오픈 남자단식 최다 우승 타이 기록을 세웠다. 여기에 윔블던 3회, US오픈 2회를 더해 통산 11번째 그랜드슬램을 차지하면서 전설과 같은 비외른 보리, 로드 레이버와 함께 메이저대회 통산 최다우승 5위에 올랐다.

2016년 호주오픈 남자단식 결승전을 마친 뒤 앤디 머레이(뒤)가 아쉬운 표정으로 우승한 노박 조코비치의 소감을 듣고 있다. Getty Images/멀티비츠

조코비치의 이 대단한 우승과 함께 머레이의 비운도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머레이는 준우승자로 시상대에 오른 뒤 “작년하고 똑같은 기분이다”고 입을 열었다. 지난해 호주오픈에서도 결승에서 조코비치를 만나 무릎 꿇었기 때문이다.

호주오픈에서 준우승만 5번째다. 처음 결승에 오른 것은 2010년. 그때는 로저 페더러(3위·스위스)에게 졌다. 이후 2011년, 2013년, 2015년에 이어 올해 다시 결승에 올랐다. 상대는 모두 조코비치였고 머레이는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2012년에는 4강에서 조코비치에게 져 결승 진출에 실패하기도 했다.

머레이가 지금까지 메이저대회 결승에 오른 것은 7번이다. 그 중 6번을 조코비치와 상대해야 했다. 윔블던과 US오픈 우승 트로피는 그도 갖고 있다. 그러나 호주오픈에서만은 4번이나 붙은 결승전 승리를 모두 조코비치에게 내줬다.

머레이는 남자 테니스 ‘빅3’ 중 유일하게 올림픽 단식 금메달을 갖고 있다. 2012년 런던올림픽 4강에서 조코비치를, 결승에서 페더러를 누르고 금메달을 따냈다. 2012년 US오픈과 2013년 윔블던에서는 결승에서 조코비치를 누르고 우승도 했다. 하지만 호주오픈에서만은 ‘세계 최강’이 된 조코비치를 넘지 못하고 있다.

시상대에서 조코비치의 우승을 축하하고 각 대회 관계자부터 자원봉사 청소년들에게까지 감사 인사를 전하며 담담하게 소감을 이어가던 머레이는 마지막으로 “출산을 앞둔 아내 킴이 보고 싶다”며 끝내 울먹이고 말았다.

머레이는 1987년 5월15일생이다. 딱 일주일 뒤인 5월22일에 조코비치가 태어났다. 하늘은 ‘영국의 자랑’ 머레이에게 세계적인 테니스 재능과 함께 조코비치도 보내주었다.
(기사발췌. 스포츠경향 김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