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테니스 대회 US오픈이 성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여자 선수가 테니스 코트 안에서 옷을 갈아입었다는 이유로 심판이 경고를 줬기 때문이다.

28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US오픈 여자 단식 1회전에서 출전한 알리제 코르네(28·프랑스·세계 랭킹 31위)는 2세트가 끝나고 상의 앞뒷면을 바꿔 입은 것을 알아차렸다. 카메라를 등지고 서서 10초 만에 옷을 갈아입는 동안 검은색 스포츠 브래지어가 노출됐다. 심판은 즉시 '비신사적 행위'라며 경고했고, 깜짝 놀란 코르네는 심판에게 어이없다는 듯한 손동작을 했다. 결국 코르네는 세계 82위 요한나 라르손(스웨덴)에게 세트 스코어 1대2 역전패를 당했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심판이 성차별적인 행위를 했다는 비난이 들끓었다. 노바크 조코비치(31) 등 남자 선수들은 코트 안에서 상의를 완전히 벗고 있어도 경고를 받은 적이 없는데, 여자 선수에게만 다른 잣대를 적용했다는 이유다. 1987년 US오픈 여자 단식 우승자인 팸 슈라이버는 "나도 현역 시절 옷을 곧잘 갈아입었는데 그런 규칙이 있는지도 몰랐다"고 지적했고, 영국 테니스 스타 앤디 머레이(31)의 어머니는 "남자는 해당이 없는데 여자에게만 이중 잣대를 들이댔다"고 비난했다. 여자프로테니스협회(WTA)도 "코르네는 전혀 잘못이 없고, 이번 경고에 유감을 표명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논란이 확산되자 미국테니스협회(USTA)는 "코트 안에서 옷을 갈아입는 규정을 더욱 명확하게 만들겠다"고 해명했다.

테니스계의 성차별 논란은 지속적으로 불거진다. 지난 5월 프랑스오픈에선 세리나 윌리엄스가 출산 후 악화된 혈전 치료를 위해 온몸을 탄력 있게 조여주는 캣슈트 유니폼을 입겠다고 했는데 주최 측이 "대회 규정을 존중해야 한다"며 반대 의사를 밝혀 문제가 됐다. 여자 선수들은 이번 일로 똘똘 뭉치는 분위기다. 과거 세계 랭킹 1위를 차지했던 빅토리야 아자란카(29·벨라루스)는 "이런 부당한 일에 여자 선수들이 절대 굴복해선 안 된다. 우리는 함께 힘을 모아 싸워나갈 것"이라고 코르네를 두둔했다.

(기사/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