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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위에서의 하룻밤
― 별
김형술
까마득히 먼 어둠 속에서 누군가 향기 없는 편지를 쓴다.
묵은 꿈처럼 접힌 편지들 날아와 지붕 위에 쌓이면
오늘밤도 어김없이 잠들지 못하고 빈 가슴으로 계단을 오르는 사람,
지붕 위의 조용한 수신인.
무거운 산문 행간마다 마른 꽃이 떨어진다.
눈물은 따뜻해지고, 눈물을 마신 꽃들 모두 그리운 의미로 깨어나
비로소 그는 침묵을 이해하게 된다.
―참으로 긴 시간들이었습니다
당신을 만나기 위하여
오래도록 나는 길 없는 잠 속을 흘러다녔지요.
두 손 내밀어 꽃의 가슴을 받는다. 그러나 그 손은 너무 작고 떨리는,
꽃잎 한 잎 담을 수 없는 낡은 도구. 지붕 아래로 내려간 쓸쓸한 꽃들은
지상에서 사금파리가 된다.
하지만 슬퍼하지 않고 가만히 지붕을 내려오는 그는,
아침이면 이 도시가 눈부시게 반짝이는 이유를 아는 아름다운 사람.
까마득히 잊혀진 슬픔 속으로 누군가 꽃의 소식을 부친다.
잊혀지지 않는 꿈처럼 반짝이는.
92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
시집 『의자와 이야기하는 남자』, 『나비의 침대』등 다수
현재 『월요시』,『시.바.다-금요일의 시인들』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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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9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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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 2007년 03월 16일 11:06: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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