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차 수위를 불려온 더위가 만조에 이르고 강렬한 태양빛에 푸르름이
더욱 짙어 가는 둔치도 들녘을 뭉게 구름 벗 삼아 거닌다. 논에는 벼들이
눈부신 태양을 향해 푸른 잎을 곧게 뻗어 힘 자랑을 하고, 논두렁 물에는
다슬기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잠자리들이 한가로히 유영을 한다.
왠만한 차도 다닐수 있도록 잘 놓여진 시멘트 길이 십자가 모양 으로 들녘
중앙을 중심으로 시원하게 열려있고 그 사이사이 논두렁도 두사람이 지나
갈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하게 잘 정돈되어 있다. 거의 모든 농사가 트랙터
같은 기계로 하기에 이렇게 길을 잘 딱아 놓은 것일 게다.
이 더운 날 배낭을 메고 사진기를 들고 걷는 사람은 나 뿐이고, 오토바이나
수쿠터를 타고 논이나 밭일을 보러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에 많이 변한 농촌
모양에 격세지감을 느낀다. 마을 입구에 걸려진 부산시민공원 설립 반대 현
수막들이 앞으로 있을 개발로 요동 칠 것을 생각하니 아쉽고 답답하다.
집에서 차로 30분이며 올 수 있는 너무나도 멋진 이곳, 서낙동강이 휘돌아
생긴 모래톱 섬위에 다소히 앉은 펑화로운 농촌마을, 김해공항이 지척이라
비행기 뜨고 내리고, 각종 새들이 강위를 날고, 일상에서 일탈하여 늘 내가
쉼을 얻는 곳이니 남다른 애정과 미련이 있기에 오늘도 거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