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해가 저문다. 하루는 길고 일년은 짧다. 작년일이
어제같고, 10년전 일이 작년같다고 했던가? 참으로 세월이
빠르다. 언제나 이맘때는 그렇지만 올 한해도 돌아보면 잘한 일
보다는 후회되는 일이 더 많은 것 같다.
다양한 모습으로 각자 다른 색깔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지만
때로는 본의 아니게 남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상처를 받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상처가 두려워 마음을 꽁꽁 닫고 사는지도
모르겠다. 연말을 맞이하여 마음의 문을 열고 작은 그림이되고 시가
되어 서로에게 위로와 격려가 되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을 해본다.
시간상 멀리 못나간 탓에 우리동네 뒷산으로 하여
한바퀴 휘돌아 걸었다. 아주 천천히 적막한 겨울 산길을 걸었다. 찬란한
봄과 치열했던 여름을 지나 풍성했던 가을의 기억을 지닌 채 그렇게 묵묵히
겨울을 견디고 서 있는 앙상한 나무의 모습에서 계절에 순응해 살아가는 자연의
섭리를 느끼게 된다.
공해에 찌들어 겨울답지 않은 겨울이 계속 될수록 온통 눈으로 하얗게
뒤덮인 설악산 산봉우리와 천불동 계곡이 그리워지고 세상이 온통 이기심으로
치달을수록 모든 의식적인 것과 그동안 쌓이고 쌓인 군더더기를 털어 버리고
음악처럼 아름답고 소박한 사람들과 함께 목적없는 겨울여행이라도 떠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