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 기둥 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 숲길을 거닌다.
쓸쓸함과 외로움이 차가운 바람에 실려 더욱 적적하다.
겨울 산 숲엔 듬성듬성한 숲의 틈새를 채우는 기운이 있다.
싱싱한 솔잎도 있고, 바람도 있고 또 산새도 있다. 움츠린
겨울나무 알몸들의 침묵이 그림처럼 보인다.
겨울 길을 따라 말 없이 그냥 걷고만 싶다. 그 끝이 어디쯤일
것이라는 것은 생각지 않는다. 내가 살아가는 삶 또한 이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가끔 굽은 산길 돌다 마주치는 봉우리처럼, 옛 기억이 떠오르면,
설익은 대로 아름다웠던 때의 기억을 소중히 여긴다. 그러나 살아가는
하루하루 똑같은 틀 속의 삶에서 정말로 소중히 여길 것은, 보석 같은
기억이 아니라 내일에 대한 바람이다.
걷는 길에 눈이 내렸으면 좋겠다. 펑펑 내리는 눈길을 따라 잠시라도
지겟짐을 내려 놓고 쉬고 싶다. 겨울 찬바람이 온몸을 휘감아 눈보라가
휘몰아쳐도 하얀 눈으로 뒤덮인 설경이 아름답고,
변함없는 소나무 푸른 정기가 숲길에 청청하게 깃든 산이 늘 거기 있고,
산 안에 찾아드는 누구라도 포근히 품을 수 있는 아량과 배려가 내 맘
속에도 그 산처럼 풍만하게 자리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