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바람이 불어도 그바람 끝에 쾌청한 봄이 나부끼는 것 같아
어디로든 나서야했다. 마음이 정한 길을 따라 가니, 거제도 구
조라 해변 지금은 폐교가 된 구조라 초등학교 교정에 춘당매란
팻말 뒤로,
큰 벚나무 같은 매화 나무 네그루에 백매화가 다북하게 피어있다.
오동잎 하나 떨어지면 천하에 가을이 오고, 매화 한송이가 피어나면
천하에 봄이 온다고 했으니 분명, 봄은 와 있었다.
텅빈 교정 끝자락 계단에 두 노인이 따스한 햇볕을 따라 다소히
앉아 도란도란 담소를 하고, 그 옆 얕은 언덕에 묵묵히 서서 찾아
오는 사람마다 가득한 향기로 맞이하는 매화가 사랑스럽다.
늦가을에 피는 국화와 달리 이른 봄 눈속에 피는 매화는 봄눈 녹아
흐르는 맑은물에 얼굴을 씻고 아침 햇살에 환하게 웃는 청순한 소녀
와 같다 했던가. 내 마음도 저 매화 같이 해 맑았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