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천천이 걸어도 십여분이면 충분한
대신공원 길을 부러 빙둘러 시약산 밑길로
하여 내원정사를 지나고 궁터를 돌아 석탑
쪽으로 올라가는데
갑자기 숲속에 불이난듯 빽빽한 나무사이로
빨갛고 노랑으로 물들은 단풍나무들이 가는
가을을 붙잡고 있었다. 경이롭기까지도 한
풍경에 잠시 정신 줄을 놓고 바라본다.
많이 가진 사람이 행복한 것이 아니라, 많다고
느끼는 사람이 행복하다고 했던가? 시간상 멀리
출사를 못나가 늘 불만인 나에게 이렇게 가까운
곳에 아름다운 행복이 있다니 감사할 뿐이다.
세월은 부지런히 앞으로 가는데 내 마음은 어찌
하든 뒤쳐질 요령으로 게으름을 피워 보지만
한달만 지나면 또 다른 한해를 맞이 하여야 한다.
망년의 시간이자 새것을 담기 위해 비워야 할 때이다.
한해를 마무리 하면서 지난날을 조용히 반추하고
새날을 설계해야 할 때이기도하다. 과거의 습관을
고집하는 내모습이 아둔하지는 않았는지? 무조건
새것만 추구하는 내모습은 경솔하지 않았는지?
돌아보고 더욱 현명한 삶의 포석을 놓는 연말이
되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