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 호주오픈 3회전 진출 실패
'세계 15위' 디미트로프에 아쉬운 1-3 역전패

'한국테니스의 희망' 정현(21,한체대)이 19일 호주 멜버른에서 펼쳐진 <2017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440억원)> 남자 단식 2회전(64강)에서 세트스코어 1-3(6-1 4-6 4-6 4-6)으로 졌다.

지난 시즌의 부진으로 세계랭킹 100위 밖으로 밀려났던 정현(105위)은 현재 세계랭킹 15위에 있는 그리고르 디미트로프(26)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로써 정현의 메이저대회 단식 본선성적은 2승5패가 됐으며 생애 두 번째 메이저대회 단식 2회전 진출로 이번 대회를 마감했다.

한국 테니스계에서는 이형택(41,은퇴)이 보유한 한국 선수의 메이저대회 남자단식 최고 성적(2000,2007 US오픈 16강) 재현에 대한 기대가 내심 컸다.

상대가 지난 2015년 US오픈 2회전에서 만났던 스탄 바브린카(세계랭킹 4위), 지난해 호주오픈 1회전에서 만났던 ‘새 황제’ 노박 조코비치(세계랭킹 2위)에 비하면 해볼 만한 상대라 기대는 더 높아졌다.

물론 샤라포바의 전 연인으로도 유명한 디미트로프가 세계랭킹 15위의 버거운 상대는 맞다.

디미트로프는 2014년 세계랭킹 8위까지 올라갔던 강자다. 메이저 대회인 윔블던(2014) 대회에서 앤디 머레이(현 세계랭킹 1위)를 누르고 4강까지 진출한 강적이다. 결코 쉽지 않은 상대였지만 바브린카나 조코비치의 레벨에는 미치지 못한다.

정현의 출발도 너무 좋았다. 디미트로프의 서브 게임을 3번이나 브레이크하면서 주도권을 움켜쥔 정현은 디미트로프의 실책까지 쏟아져 손쉽게 1세트(6-1)를 가져가며 이변을 일으키는 것처럼 보였다.

1만에 가까운 관중 사이 곳곳에서 ‘대~한민국’을 연호하는 교민들의 응원도 점점 커져갔다.

긴 랠리에서도 정현의 스트로크는 더 견고해졌고, 디미트로프는 톱10에 들었던 선수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실수가 많았다. 하지만 디미트로프는 그대로 주저앉지 않았다. 방심을 버린 디미트로프는 노련미가 살아나며 정현을 압박했다.

디미트로프는 서브의 위력을 앞세워 2세트를 가져갔다. 정현은 3-3으로 팽팽하게 맞선 3세트에서 서브 게임을 내주며 세트스코어 1-2 역전을 허용했다. 4세트에서도 서로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하며 접전 양상을 띠었지만 고비를 넘지 못하고 4-6으로 4세트까지 빼앗겼다. 2시간 36분 동안의 치열한 승부는 그렇게 끝났다.

아쉬운 패배지만 정현은 지난해 잃었던 자신감과 가장 좋았을 때의 기량을 되찾으며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기술 자체도 많이 향상됐다.

서브나 포핸드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약점이었던 서브는 최고 시속 211km를 찍으며 7개의 서브에이스를 기록했다. 네트 포인트도 정현(18/19,95%)은 디미트로프(23/38,61%)를 압도했다.

12개의 서브에이스를 내준 것은 아쉽다. 중요한 고비에서 포인트를 따지 못하고 잃는 등 경기운영능력에서 아직은 미숙함이 드러났다. 3세트 게임스코어 2-0으로 앞서다가 서브 게임을 놓친 것이 역전패의 빌미가 됐다. 3,4세트 고비에서 디미트로프가 완급조절을 하며 자신의 흐름으로 가져간 것처럼 운영 능력을 보완한다면 이형택 기록에 도달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평가다.
 

만약 정현이 1세트 상승세의 여세를 몰아 3회전에 진출했다면 조금은 더 수월한 상대를 만날 수 있었다. 3회전 상대는 2007년 윔블던 4강, 2013년 US오픈 4강에 올랐던 리차드 가스케(30)이다.

가스케는 2007년 강서버 앤디 로딕(미국)을 꺾는 파란을 일으켰던 선수다. 당시 랭킹 10위권에 진입했다. 하지만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에서는 4회전 진출이 최고 기록이다. 현재의 랭킹도 18위로 디미트로프보다는 아래다. 정현이 충분히 해볼 만한 상대여서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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