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랭킹 48위인 세바스토바는 미국 뉴욕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대회 여자단식 2회전에서 올해 프랑스오픈 챔피언 가르비녜 무구루사(3위·스페인)를 2-0(7-5 6-4)으로 물리쳤고, 5일(한국시간) 16강전에서는 조안나 콘타(14위·영국)를 역시 2-0(6-4 7-5)으로 꺾고 8강까지 진출했다.

세바스토바는 2011년 세계랭킹 36위까지 올랐지만 이후 테니스에 흥미를 잃고 코트를 잠시 떠났던 선수다.  

21살이던 2011년 호주오픈 16강에 오르며 가능성을 인정받은 그는 이후 슬럼프에 빠졌다. 세계랭킹은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고 대회에 나가서도 초반 탈락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결국 그는 2013년 초반에 선수 생활을 그만두기로 했다.

라트비아를 떠나 오스트리아로 건너간 세바스토바는 그곳에서 레저 매니지먼트를 공부하며 새로운 삶을 본격적으로 설계하기 시작했다.

세바스토바는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오스트리아에서 경영과 회계, 마케팅 등을 두루 공부했고 자격증 시험도 봤다"며 "그러나 또 어느 순간 테니스를 다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코트에 복귀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2014년에는 선수 생활을 일절 하지 않은 그는 2015년 초부터 다시 라켓을 잡았다.

선수 생활을 쉰 지 1년이 넘어 세계랭킹에서도 이름이 빠진 그는 총상금 1만 달러짜리인 가장 아래 등급의 국제테니스연맹(ITF) 서키트 대회부터 다시 시작했다.

출전한 첫 대회에서 우승하며 랭킹 포인트 12점을 받아 세계랭킹 885위로 순위권에 재진입한 세바스토바는 계속 서키트급 대회를 돌며 랭킹 포인트를 쌓아나갔다.

2015년 7월 세계랭킹 200위권 안에 들어가며 다시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대회 진출에 성공한 그는 그해 10월 크렘린컵 8강까지 오르며 예전 기량을 완전히 회복했음을 알렸다.

2015년이 끝났을 때 그의 세계랭킹은 110위까지 올라가 있었고 올해 1월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 본선에 다시 출전하게 됐다.

2011년 이후 5년 만에 메이저 대회에 복귀했지만 그는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에서 2회전 탈락의 쓴잔을 들었고, 윔블던에서는 1회전에서 짐을 싸야 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하며 메이저 대회 8강 진출의 쾌거를 달성했다.

지난해 복귀 후 올해 US오픈 전까지 벌어들인 상금 34만1천482 달러(약 3억8천만원)보다 더 많은 45만 달러(약 5억원)를 이번 대회 8강 진출로 받게 됐다.

세바스토바는 "은퇴할 때만 하더라도 내가 이런 성과를 내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테니스가 없는 삶을 지내본 것이 더 성숙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돌아봤다.

US오픈 사상 가장 극적인 '컴백 퀸' 스토리는 2009년에 우승한 킴 클레이스터르스(벨기에)가 만들어냈다.

2007년 은퇴했던 클레이스터르스는 2009년 복귀해 세계랭킹도 없는 상황에서 와일드카드로 대회에 출전, 우승까지 차지했다.

세바스토바의 8강 상대는 캐럴라인 보즈니아키(74위·덴마크)다.

한때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던 보즈니아키는 은퇴한 적은 없지만 2014년 US오픈 준우승 이후 2년 만에 메이저 대회 8강에 다시 올라 이번 대회를 재기의 무대로 삼으려 한다.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세바스토바와 보즈니아키의 올해 US오픈 여자단식 준준결승에 팬들의 시선이 더욱 집중되는 이유다.
(기사/연합뉴스)

아나스타시야 세바스토바. (AP=연합뉴스)

세바스토바의 8강 상대 보즈니아키.(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