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더러, '테니스 황제'에서 '테니스 신'으로...
2017윔블던 우승, 통산 8회 우승 대업

로저 페더러가 16일 밤 열린 윔블던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마린 칠리치(29·크로아티아·6위)를 3-0(6-3 6-1 6-4)으로 완파하고 '윔블던 테니스 8회 우승'이라는 대업을 이뤄냈다.
2012년 이후 5년 만에 윔블던 왕좌에 다시 오른것이다.

대망의 결승전, 런던 올잉글랜드 테니스클럽 센터코트에 모인 1만5000여명 관중의 눈이 36세를 눈앞에 둔 노장선수에 쏠렸다.
관중들 중엔 로드 레이버, 크리스 에버트, 스테판 에드버리 등 쟁쟁한 테니스 전설들도 섞여 있었다. 이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선수는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세계랭킹 5위,스위스).
마지막 포인트, 페더러의 서브가 에이스로 이어지며 승리가 확정되자 모든 관중들은 아낌없는 기립박수를 보냈다. 황제가 또 다른 역사를 만들어낸 순간이었고 '테니스 신'으로 모르는 순간이었다.

페더러의 전성기 시절 경기를 보는 듯한 완벽한 경기 운영이었다. 아니 지금이 더 절정기량으로 보였다.
경기 시간 1시간42분에 불과한 완승이었다. 페더러는 이번 대회 7경기를 하면서 한 세트도 내주지 않는 경기를 이어왔다. 여기에 결승전마저 상대를 압살하며 3-0으로 끝내 ‘퍼펙트 우승’'무실세트 우승'을 달성했다. 

페더러는 이번 우승으로 수많은 테니스 전설들이 쌓아온 메이저 대회 관련 무수한 기록들을 갈아치웠다.
페더러는 프로 선수들의 메이저 대회 출전이 허용된 1968년 이후 윔블던 남자단식 최고령 우승자가 됐다.
1981년생인 페더러는 만 35세 11개월로 종전 기록인 아서 애시(미국)의 31세 11개월을 무려 4년이나 늘려놨다. 윔블던 최다 우승 기록도 갱신했다. 페더러는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윔블던 5연패를 달성했고, 2009년과 2012년에도 우승컵을 챙긴 바 있다. 여기에 또 한 개의 우승컵을 더하면서 피트 샘프러스(미국)와 윌리엄 렌셔(영국)가 갖고 있던 윔블던 남자단식 7회 우승 기록을 뛰어넘었다. 자신이 갖고 있는 메이저 대회 남자단식 최다 우승 기록도 19회로 늘렸다. 이 부문 2위는 15회 우승한 라파엘 나달(2위·스페인)이다.

생애 처음 윔블던 결승에 오른 칠리치의 안타까움도 있었다.
2세트에서 페더러가 게임스코어 3-0으로 훌쩍 달아나자 칠리치는 잠시 메디컬 타임아웃을 불렀다. 키 198㎝의 거구인 칠리치는 이때 커다란 타월에 얼굴을 파묻고 눈물을 흘렸다. 왼쪽 발 통증을 호소한 칠리치는 경기가 풀리지 않는 것에 대한 답답한 마음도 함께 눈물로 쏟아내는 듯했다.

냉철한 절제력의 페더러도 우승 후 눈믈을 보였다. 할머니와 엄마의 품애 안겨 자신의 우승을 축하하는 쌍둥이 아들과 딸을 보는 순간 수건으로 얼굴을 감싸며 울음을 터뜨렸다.

무엇보다 이날 승리로 페더러는 전 세계 테니스팬들에게 황제의 시대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확실히 알렸다. 2012년 윔블던 우승을 마지막으로 노바크 조코비치(30·세르비아·4위), 앤디 머리(30·영국·1위), 라파엘 나달(31·스페인·2위) 등에 밀려 4년 넘게 메이저 우승을 맛보지 못했던 페더러는 올해 1월 호주오픈에서 ‘퍼펙트 우승’을 달성하며 화려하게 테니스 중심으로 복귀한 바 있다. 이후 휴식을 위해 평소 자신이 약했던 클레이코트 대회인 프랑스오픈은 불참을 선언했다. 나이를 고려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한 것. 이 전략이 맞아떨어져 체력부담을 던 페더러는 이번 윔블던에서 전성기를 다시 찾은 듯한 완벽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페더러는 “윔블던은 언제나 내가 가장 사랑하는 대회로 남을 것이다”며 “나의 영웅들이 땅과 코트를 거닐었던 곳이라서다. 앞서 길을 걸어간 그들 덕분에 내가 있었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