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앤디 로딕의 폼은 개폼인가?'에 대하여 |
김영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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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상상 중의 하나가, 미모가 뛰어난 여성들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을 때어내서 서로 조합하면 가장 아름다운 얼굴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상할 수 있듯이, 그것은 그렇지 않다. 김태희의 눈, 전지현의 머리칼 등등... 그런 부분적인 요소들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실수는 어디에서나 쉽게 일어난다.
앤디 로딕이라는 스포츠 선수가 있다. 앤디 로딕은 한때 세계 랭킹 1위였으며,
현재도 랭킹 3위를 마크하고 있는, 절정의 기량을 소유하고 있는 선수이다. 그런데도 뭇 사람들은 앤디 로딕의 폼은 따라해서는 안되는, 좋지 못한 예라고 말한다. "서브의 속도만 뛰어날 뿐, 포핸드의 손목 각도가 어쨌고, 발의 위치가 어떠며, 너무 힘에 의존하고..."
이것은 전형적인 잘못된 해석의 예이다. 그들은, 테니스계에서 왕처럼 군림하고 있는 사람을 자신의 아마추어적 경험을 바탕으로 뜯어서 분석하고 비난하며, 그것이 정설인양 이야기한다. 페더러의 손, 블레이크의 발, 사핀의 반사 신경, 휴이트의 투지 따위를 합하면 최고의 선수가 나올 것이라 생각하는 발상 자체가 잘못되었을 뿐더러, 이미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그 길을 추구하고 있는 사람에게 "당신의 폼은 잘못되었소."라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그것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을 보고 "이것은 소설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고, 장승업의 그림을 보고 "그림은 멋지지만, 따라해서는 안되는 그림이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김정희의 추사체를 보고 "이런 갈겨 쓴 글씨는 글씨도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얼마나 바보같은 짓인가.
스포츠라는 것이 1등만이 주목받는 냉정한 세계라 그렇지, 만일 테니스에 1등, 2등이라는 명확한 잣대가 없었다면, 감히 누가 앤디 로딕을 '전혀 모범적인 폼이 없는 선수', '1년 안에 20위 밖으로 밀려날 선수'라고 폄하할 수 있겠는가? 그의 폼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정석이 아니라고 해도,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 자리까지 올라갔다. 만일 그가 정석이라는 폼으로 테니스를 쳤다면, 그의 성적이 더 밑으로 떨어졌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며, 주어진 각도대로 움직여야 할 필요도 없다. 모두에겐 자신만의 신경이 있고, 자신만의 방식이 있다. 그런데도 몇몇 사람들은 그들은 마치 자신이 커다란 혜안이라도 가진 듯, "그건 정석이 아니므로 따라 해서는 안돼" 라고 말한다.
물론 말도 안되는 괴상한 폼은 결코 따라해서는 안되는 것이지만, 과연 앤디 로딕의 자세가, 그렇게 질타를 받을 만큼 말도 안되는 자세인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자신이 운동 선수라고 해보자. 열심히 운동해서 세계 대회 우승까지 했는데, 사람들이 자신을 보고 "저 선수는 폼이 개폼이야. 오래 못 갈껄?" 이런다면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물론 내가 그 운동 선수라면,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을 신경도 쓰지 않을 테지만 말이다.
세상은 과정도 중요하지만 결과 또한 중요하다. 그의 폼이 개폼이건 똥폼이건
그 결과가 훌륭했다면, 우리는 그만의 방식을 인정해야 한다. 되도 않는 '변기'를 가져다 놓은 것을 보고 "이것은 예술이다"라고 사람들이 생각하거나, 괴상한 텔레비젼 몇 개를 이어 붙여 놓고 "이것은 혁명이다"라고 사람들이 말한다면, 우리의 시각에선 그것들을 이해할 수 없더라도, 우리는 그들을 인정해야 한다. 예술을 뜯어서 분석할 수 없는 것처럼 우리는 스포츠를 뜯고 분해해서 "이것은 무조건 옳고 저것은 무조건 그르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 "최적의 어깨 회전을 위해선 허리가 네트를 기준으로 192도 돌아가야 한다.", 그런 건 존재하지 않는다.
스포츠에 완벽이란 없다. 그들은 여전히 진화하고 있고, 그 방식은 무한하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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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 2006년 01월 31일 20:55: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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