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업적인 광고성의 글, 비난성의 글, 미풍양속을 해치는 글 등은 삭제됩니다
◎ 대회공지(안내/결과/사진)에 관한 글은 삭제됩니다
◎ 다른 싸이트로 직접 이동을 유도하는 링크가 걸린 글은 삭제합니다
◎ 첨부파일의 파일명은 영문 또는 숫자로 하셔야 합니다
[칼럼]테니스와 공동연구
이종윤
신문을 보다가 테사모 여러분들도 함께 읽어보셨으면 해서
이렇게 올려봅니다.
======================================================================
[과학칼럼] 테니스와 공동연구
함께 운동하며 신뢰 쌓아 공동연구에도 큰 도움
현택환 서울대 교수·화학생물공학
입력 : 2007.03.23 23:23
▲현택환 서울대 교수·화학생물공학 어릴 때부터 운동하고는 담을 쌓고
지내던 내가 미국 유학생활을 시작하면서 평생 처음으로 좋아하는 운동이
생겼는데, 바로 테니스였다.
박사과정 동안 연구하면서 쌓인 스트레스를 일주일에 두어 번 저녁시간에
치는 테니스로 말끔히 날려보낼 수 있었다.
대학에 부임하고 며칠 후 다시 코트를 찾았다.
자연스럽게 다른 교수님들과 사귈 수 있게 되었다. 운동신경이 둔해 15년을
쳤지만 여전히 실력은 B급 수준에 머물고 있다.
가끔 저녁 내기를 할 때도 있는데 늘 내가 속한 조가 저녁을 냈다.
그래도 아무리 바빠도 테니스 치는 날은 빼먹지 않고 꼭 코트에 나가 여러
교수님과 편을 나누어 복식 두세 세트를 친다.
테니스가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은 다른 교수님들과 자연스럽게 연구 얘기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나노 입자의 구조를 밝히는 데 애를 먹고 있을 때는
테니스를 함께 치던 재료공학부 교수님이 연구자 한 분을 소개해줘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그 후에도 그 박사님의 도움으로 여러 편의 논문을 같이
쓸 수 있었다. 또 다른 교수님과는 테니스를 친 후 저녁식사 시간에 자연
스럽게 공동연구를 약속하게 돼 지금까지 두 편의 논문을 쓸 수 있었고,
현재 한 편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주 여러 언론에서 크게 소개해준 논문도 테니스 덕분이었다.
3~4년 전 여름에 자연대 교수님 한 분과 테니스를 치고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다. 그 교수님은 부인이 미국립보건원(NIH)에 방문교수로 가 있어
저녁을 밖에서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 후 한참 지난 2005년 10월에 서울삼성병원에서 분자영상 심포지엄이
열렸는데, NIH에서 막 돌아와 성균관대 의대 삼성병원 교수가 된 여성 과학자
한 분이 나노 입자로 MRI 영상을 더 좋게 하는 연구내용을 발표했다.
두 번째 슬라이드가 화면에 나타난 순간 내 머리에 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바로 내가 만든 산화망간 나노 입자를 MRI 영상을 더 좋게 하는 조영제로
이용하는 것이었다. 세미나가 끝나자마자 그 교수님을 찾아가 명함을 내밀고
공동연구를 제안했다. 그러나 바쁘셨는지 반응이 신통찮았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그 여교수님이 전화를 주셨다. 너무나 기분이 좋아서
자세하게 나의 아이디어를 설명하고 바로 공동연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한 달여 만에 그 교수님이 너무나 기쁜 목소리로 성공했다는 전화를
하셨다. 지난주 여러 언론매체에 다루어진 바와 같이 살아있는 쥐의 뇌 조직들
을 해부해서 볼 수 있는 정도의 선명도를 가진 영상을 얻은 것이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그 교수님은 집에 가서 주머니 속에 있는 내 명함을 발견하고
는 서울대 교수로 있는 부군에게 누구인지를 물었다고 한다.
부군은 연구결과도 좋고 사람도 괜찮으니까 공동연구하는 것이 좋다고 적극
추천하셨다고 한다. 부군이 테니스 후에 저녁식사까지 한 바로 그 교수님이
셨다.
나는 자주 학생들에게 연구보다 더욱 힘들고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관계라고
이야기한다. 특히 공동연구를 수행할 때는 더욱 그러하다.
공동연구를 수행하면서 항상 노력하는 것은 먼저 나 자신의 것을 겸손히
내려놓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이다. 그럴 때 풍성하고 우수한 공동연구 결과
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테니스는 내게 건강뿐 아니라
다른 연구자들과 함께 연구할 수 있는 품성도 키워준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