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기업들이 뜨거운 생존 경쟁을 펼치는 현대사회에서 기업의 생사는 그 기업을 얼마나 잘 홍보하고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수천 만원에서 수십억원까지 막대한 자금을 기업 홍보를 위한 광고비에 쏟아 붓는다. 기업을 홍보하는 데는 광고가 가장 적당한 방법임에 틀림이 없지만 광고 못지 않게 기업을 홍보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바로 스포츠 이벤트를 후원하는 것이다.

 

특히, 스포츠가 주는 건강하고 건전한 이미지 때문에 기업들이 스포츠 이벤트를 후원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테니스 역시 기업들의 큰 관심을 갖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 중 하나다. 테니스 대회를 찾는 관중과 TV 중계 시청자의 수는 상상 그 이상이다. 또한 골프와 함께 고급 스포츠로 꼽히는 테니스 대회를 후원하면 좋은 기업 이미지를 쌓는데도 도움이 된다.

 

즉,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대한 해법을 테니스에 대한 투자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4대 그랜드슬램을 포함해 1년내내 전 세계를 돌며 열리는 투어대회는 그 규모와 사람들의 관심면에서 기업들이 투자할만한 스포츠 이벤트로 손색이 없다.

 

그래서 그랜드슬램뿐만 아니라 100여개가 넘는 남녀 투어대회는 자체적으로 기업들과 스폰서 계약을 체결해 금전적으로 도움을 받고 기업들은 대회를 통해 자사를 홍보하며 기업의 이미지를 널리 알린다. 특히, 최근들어 기업들이 테니스 대회를 자사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IEGSR(각 분야에 대한 스폰서십을 조사 및 분석하는 기업)에 따르면 테니스 대회 후원 기업이 2014년 한 해 동안 총 7억3900만달러(약 8,095억)를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도 7억800만달러(약 7,876억원)보다 3100만달러 이상, 약 4.3% 증가한 금액이다. 2009년 5억8100만달러 이후 계속해서 증가를 보이는데 세계적인 경기 불황에도 테니스 대회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액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또 IEGSR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테니스 대회에 가장 많이 후원하는 기업은 미국 맥주 제조회사 앤하이저부시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 뒤를 이어 아머스포츠, 제록스, 페덱스, 롤렉스, 에미레이트항공, BNP파리바가 기록했다.

 

 

 

스폰서로 신뢰도 높이는 금융업계
신뢰를 최우선 덕목으로 삼는 많은 금융업계는 테니스 대회를 후원하면서 이미지 제고에 노력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프랑스 종합 금융회사 BNP파리바가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은행을 비롯해 투자, 무역 금융 등 종합 금융 서비스 회사인 BNP파리바는 프랑스오픈의 메인 스폰서를 맡고 있으며 2002년부터 남녀 국가대항전 데이비스컵과 페드컵의 메인 스폰서도 맡아 본격적인 테니스 마케팅에 뛰어 들었다.

 

뿐만 아니라 BNP파리바오픈(ATP, WTA), BNP파리바마스터스(ATP), BNP파리바 다이아몬즈게임즈(WTA), BNO파리바 WTA파이널(WTA) 등 여러 투어대회의 타이틀 스폰서도 담당하고 있다.

 

이밖에 PBZ(자그레브실내), ABN AMRO(월드토너먼트), Itau(은행, 마이애미오픈), Bancsabadell(바르셀로나오픈), Barclays(월드투어파이널), Citi(시티오픈), Cr?dit Agricole(스위스오픈), Western&Southern(웨스턴앤서던오픈), BB&T(애틀랜타오픈) ErsteBank(에르스테뱅크오픈), BRD(나스타세티리악트로피), 모스크바은행(크레믈린컵), ASB은행(ASB뱅크클래식), Bank of the West(웨스트뱅크클래식) 등 많은 금융업계들이 ATP투어 대회의 타이틀 스폰서를 맡고 있다.

 

Suncorp(브리즈번인터내셔널), APIA(아피아인터내셔널), 무투아(마드리드오픈), Aegon(챔피언십, 인터내셔널), if(스톡홀름오픈), 제네랄리(제네랄리레이디스) 등의 유명 보험회사도 남녀 투어대회의 스폰서로 활약하고 있다.

 

이처럼 금융 기업이 테니스 대회 스폰서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이유는 투어대회를 후원함으로써 금융 기업으로서의 신뢰도와 신용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의 스폰서 자동차 회사와 차세대 주자 통신업계
오래 전부터 투어대회를 후원하며 브랜드의 가치를 높인 업체로는 자동차 업계가 단연 돋보인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ATP투어인 메르세데스컵의 타이틀 스폰서를 맡고 있고 BMW는 ATP투어 BMW오픈과 WTA투어 BMW말레이시아오픈을 후원하고 있다. 포르쉐는 WTA투어대인 포르쉐그랑프리의 타이틀 스폰서를 담당하고 있다.

 

그 외의 대회들에서도 서브 스폰서를 맡으며 활발한 테니스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재규어, 렉서스, 푸조 등도 그랜드슬램과 투어대회 등에서 서브 스폰서로 활동하고 있다.

 

2000년 들어서 이동통신기술의 발달로 통신 사업이 큰 호황을 누리면서 관련 기업들이 스폰서 대열에 합류했다.

 

에어셀첸나이오픈의 에어셀과 리우오픈의 클라로, 아비에르토멕시카노텔셀의 텔셀이 바로 그들이다. 스웨덴의 이동통신 소니에릭슨은 2005년 WTA와 6년간 약 8,800만달러 규모의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는 여자 프로 스포츠 통틀어 가장 규모가 큰 후원금액이었다.

 

2012년을 끝으로 WTA타이틀 스폰서를 그만 뒀지만 소니 에릭슨은 테니스 팬들을 상대로 한 이동통신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펼치며 후원 효과를 톡톡히 봤다.

 

지난 2013년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제작 전문업체 SAP는 WTA와 글로벌 프리미어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SAP는 ‘온코트 코칭 앱’을 소개했고 WTA는 올 시즌부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에서 이 앱을 구동하여 코칭하는 '경기 중 코트 안에서의 코칭(On-court coaching)'을 허용하기로 했다.

 

 

기업의 특성 살린 스폰서십
매년 4월 미국 찰스턴에서 열리는 WTA투어 패밀리서클럽의 타이틀 스폰서인 패밀리서클은 음식, 요리, 건강 등을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는 잡지사. ATP와 WTA투어 톱쉘프오픈은 남녀 의류 회사, 여성 패션 브랜드 두니앤버크와 여성 전용 칵테일 브랜드 Skinnygirl COCKTAILS는 코네티컷오픈을 후원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주고객이 여성이라는 점에서 WTA투어를 후원하며 광고 효과를 얻고 있다.

 

ATP의 프리미어 파트너인 코로나와 메인 스폰서인 기아자동차의 뒤를 받쳐 호주오픈의 어소시에이스 스폰서와 하이네켄오픈의 타이틀 스폰서 하이네켄은 유명한 맥주 회사이고 뱃앳홈오픈의 타이틀 스폰서 뱃앳홈은 스포츠 베팅 전문 업체다.

 

브라질오픈의 스폰서 질레트는 면도기 회사, 상하이마스터스와 몬테카를로마스터스의 타이틀 스폰서 롤렉스는 명품 시계 브랜드다. 앞선 업체들이 WTA투어대회를 후원하는 것과 비교해 맥주회사와 베팅 업체들은 ATP투어 대회를 후원하며 좋은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들 외에도 투어대회의 스폰서 업체는 그야말로 다양하다. 카타르 엑슨모빌오픈의 엑슨모빌은 석유화학회사이고 멤피스오픈의 후원사 The ServiceMaster는 홈 관리 업체다. 토레이팬퍼시픽오픈은 섬유, 플라스틱, 기계 업종의 제조회사인 토레이와 호텔 리조트로 유명한 팬퍼시픽이 공동으로 메인 스폰서를 맡고 있으며 WTA투어 PTT파타야오픈의 PTT는 태국석유공사다.

 

두바이 공항의 면세점 두바이듀티프리는 남녀 투어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스웨덴오픈의 타이틀 스폰서 스키스타는 스키장 예약, 스키 렌탈 등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으로 타종목 관련 브랜드도 투어대회를 후원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IBM은 4대 그랜드슬램을 후원하며 대회 통계 프로그램 'SlamTracker'를 제공하고 있다. ATP의 플래티넘 스폰서 에미레이트항공은 US오픈뿐만 아니라 US오픈 시리즈까지 후원하며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다.

 

코카콜라는 지난해 처음 개최된 국제프리미어 테니스리그(IPTL)의 타이틀 스폰서를 맡기도 했었다. 캐주얼 SPA 브랜드 유니클로는 지난해 6월 3년간 ITF휠체어테니스를 후원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국내 기업들도 다양한 테니스 이벤트에 스폰서로 참여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기아자동차다. 2002년부터 호주오픈 메이저 스폰서를 맡고 있는 기아자동차는 지난 2013년에 5년 더 계약을 연장하는 조인식을 가졌다.

 

호주오픈 역사상 최장기간 메이저스폰서로 활약하게 된 기아자동차는 세계 테니스 팬들에게 눈도장을 확실히 찍은 동시에 역동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기아자동차는 대회 공식 차량으로 카니발, K5, 뉴 쏘렌토R 등 다양한 차량을 제공하면서 자연스럽게 홍보효과를 끌어냈다.

 

또 대회 기간 동안 경기장 내 광고판을 설치하고 대형 전광판 광고 등을 통해 전 세계에 기아자동차를 알리고 있다. 덕분에 자체 조사 결과 후원 첫 해 약 7,900만달러(약 876억원), 2012년에는 약 3억5000만달러(약 3,884억원) 가치의 홍보효과를 거두는 등 매년 홍보효과가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판매에 있어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같은 시기 약 3배의 판매 증가를 보였고 유럽 지역에서는 약 5배 이상의 판매 증가를 보여 호주오픈을 통한 전세계 브랜드 인지도 향상이 크게 기여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부터는 국내 유일의 투어대회인 코리아오픈을 후원하고 있다.

 

 

기아자동차보다 일찍 테니스 이벤트를 후원한 국내 기업은 대한항공, 삼성, 현대다. 대한항공은 지난 1987년부터 1996년까지 칼컵코리아오픈을 개최했고 삼성은 1996년부터 2003년까지 영국에서 열린 삼성오픈의 타이틀 스폰서를 맡았다.

 

특히, 삼성증권은 1992년에 창단된 삼성물산 테니스단을 인수해 박성희, 윤용일, 이형택, 전미라, 조윤정 등을 배출했고 2000년부터 2013년까지는 삼성증권배 국제남자챌린저를 개최하는 등 한국 테니스 발전에 커다란 업적을 남겼다.

 

현대는 1998년부터 2014년까지 유일한 남녀 혼성 국가대항전인 호프만컵의 타이틀 스폰서를 맡았다. 또 현대카드는 국내에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초청해 이벤트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2005년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와 비너스 윌리엄스(미국)를 시작으로 2006년 로저 페더러(스위스)와 라파엘 나달(스페인), 2007년 로저 페더러(스위스)와 피트 샘프라스(미국) 그리고 2010년에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와 앤디 로딕(미국)의 빅 매치를 성사시켰다.

 

한솔그룹은 지난 2004년부터 2011년까지 8년동안 한솔코리아오픈을 주최했고 테니스단을 운영하기도 했다. 1959년 남자 테니스팀을 창단하며 테니스와 깊은 인연을 맺은 KDB산업은행도 2012년부터 2013년까지 코리아오픈의 타이틀 스폰서로 활약했다.

 

테니스단을 운영하고 있는 NH농협은 2008년 서키트를 시작해 2009년부터는 고양챌린저의 타이틀 스폰서로 활약하고 있다. BNP파리바 한국법인은 2013년부터 전국동호인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종합미디어그룹 미디어윌은 1995년부터 2009년까지 벼룩시장배챌린저를 개최한 바 있다. 헤드 테니스 용품 공식 판매사인 (주)앨커미스트, 영산스포츠의 자회사 아인 인터내셔널은 국내 주니어 대회의 메인 스폰서를 맡고 있다.

 

세계 유수 기업들이 많은 테니스 이벤트를 후원하는 것에 반해 대체적으로 국내 기업들은 테니스 이벤트에 매우 인색한 편이다. 기아자동차와 NH농협, (주)앨커미스트, 아인 인터내셔널을 제외하면 국내 테니스 대회를 후원하는 국내 기업은 전혀 없다.

 

이는 국내에서 테니스가 비인기 스포츠로 취급 받고 있기 때문이다. 관중도 없고 인기가 없는 스포츠에 이윤추구가 가장 큰 목적인 기업이 테니스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국내 테니스 시장은 그만큼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무한한 잠재력을 끌어 낼 수 있도록 기업들이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면 자사 홍보뿐만 아니라 국내 테니스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