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의 테니스 선수 마르커스 윌리스(25세,772위·영국)가 윔블던 테니스대회(총상금 2천810만 파운드·약 477억원)에서 조용한 기적을 이어갔다.

윌리스는 27일(현지시간) 영국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대회 첫날 남자단식 1회전에서 리카르다스 베란키스(54위·리투아니아)를 3-0(6-3 6-3 6-4)으로 꺾고 2회전에 진출했다.

윌리스는 ATP 투어 남자단식 출전 경험이 없고, 한 단계 아래인 챌린저 대회에서도 통산 5승 11패만을 기록했다.

윌리스는 과거 주니어 세계 랭킹 15위까지 올라 잠시나마 기대를 받았지만, 그에게 성인 테니스 무대는 잔인했다.

윌리스는 "어린 시절 재능만으로 과대평가됐던 나는 현실 세계로 떨어진 뒤 자신감을 무척 많이 잃었다. 그릇된 결정도 많이 내리고, 생활도 엉망이었다"고 돌이켰다.

게다가 올해 부상까지 겹친 윌리스는 코치로 일을 시작해 선수생활을 마감하겠다는 뜻까지 품었다.

하지만 여자친구의 설득으로 윌리스는 마지막 도전을 결심하고, 윔블던 예선에서 모두 6차례 승리를 거두며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출전권을 얻었다.

세계 최고 선수들이 겨루는 윔블던 본선 진출까지만 해도 윌리스에게는 충분히 기적이었다.

그렇지만 윌리스는 베란키스를 꺾으면서 어쩌면 선수생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축제를 조금 더 연장했다.

1회전 통과를 확정한 순간, 윌리스는 가장 먼저 여자친구에게 뛰어가 포옹했다.

올해 상금이 고작 220파운드(약 34만원)였던 윌리스는 2회전 진출로 5만 파운드(약 7천800만원)를 확보했다.

윌리스의 2회전 상대는 테니스 황제로 군림했던 로저 페더러(3위·스위스)다.

페더러는 노바크 조코비치(1위·세르비아)에게 남자 테니스 정상 자리를 물려줬지만, 윔블던 남자단식에서만 7번 우승한 전설이다.

자신의 우상과 맞대결을 앞둔 윌리스는 "페더러가 잔디 코트에서 경기할 줄이나 아는지 궁금하다"는 농담을 던지고는 "꿈이 현실이 됐다. 아마 페더러를 이길 수 없겠지만, 지난 7경기처럼 내 모든 걸 바쳐 뛰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27일(현지시간) 윔블던 남자단식 1회전에서 승리한 마르커스 윌리스가 환호하고 있다.
[윔블던 로이터=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윔블던 남자단식 1회전에서 승리한 마르커스 윌리스가 친구들과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윔블던 로이터=연합뉴스]
(기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