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로새긴 은쟁반에 금 사과”
박 남 석 (토론토)
새해아침에 밝은 모습으로 두 손 모아 저마다 소원을 기원하던 우리들입니다. 솔로몬 왕은 경우에 합당한 말을 가리켜 “아로새긴 은쟁반에 금 사과와 같다”(잠언25:11)고 하였습니다. 은쟁반 위에 금 사과가 놓여있으니 더욱 값지고 귀하단 뜻이겠지요. 짧은 문장에 뉘앙스가 함축된 한편의 시와 같이 아름답고 향기로움을 느끼게 하는 말씀입니다.
생각해보면 자신이 만든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이 세상은 정말 고마움과 감사의 연속입니다. 셰익스피어는 <맘 내키는 대로>에서 “더러운 굴 껍데기 속에 진주가 박혀 있듯이, 가난한 집에도 마음이 풍요로운 정직한 사람이 살고 있다” 말해줍니다.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말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지만 알면서도 말하지 않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진심이 부족한 것이다”는 선현들의 일러주심에 주춤거렸던 기억을 미처 헤아리기조차 어려워하는 우리들입니다.
동장군의 심술이 여간 아닙니다. 뚝배기보단 장맛이라고들 하지만, 오늘처럼 찬바람 부는 날이면 고명을 얹힌 맛있는 떡국은 뚝배기에 담아내야 제 맛일 듯싶습니다. 미식(美食)을 추구하기보단 뭉근히 끓여 재료의 맛을 끌어내고, 온도를 지켜주어 음식을 맛있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설날이야 구정(舊正)이나 신정(新正)도 명절이긴 마찬가지 아닐까요. 너나없이 건강을 으뜸으로 여기는 새해의 바람입니다. 그런데 여느 때처럼 까치걸음을 걷다가도 말(馬)만 보면 타고가자고 하는 경우가 없진 않을 우리네마음가짐 어찌 다스린다지요.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IT모니터에서 잠시나마 눈을 뗄 수 없는 삶이래도 과언이 아닙니다. “귀하께서 주문하신 ‘1년’은 연말주문이 60억 개 이상이 한꺼번에 폭주하여 배송을 단 하루라도 앞당길 수 없었음을 양지하시기 바란다.”는 안내문에 이어 2014년1월1일0시 새해를 맞이했다. “이 상품은 이유 불문코 반품되지 아니하며 추가주문도 사양합니다.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라며 유효기간은 받으신 후 365일 동안입니다. 혹시 배달사고의 경우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한 살 더 보태드리겠습니다.” 격려의 글을 재미있게 보내주신 임께 감사드립니다.
‘노루잠에 개꿈이라…’ 살다보면 그 누군가 지적하는 쓴 소리에 열정은 무기력해지기도 하고 한마디 따뜻한 격려에 예민한 신경도 달콤한 온기로 녹아드는 우리들입니다. 동분서주해야할 딱한 처지를 이해하기는커녕 ‘말 태우고 버선 깁겠다.’는 소릴 얻어듣기도 일쑤입니다. 사후약방문처럼 안타깝게 들리기도 합니다만 짜증을 부린다고 해서 해결될 기미가 보이는 것도 아니겠지요. 세상일에는 순서가 있고 순리가 있는 줄 압니다. ‘이랬으면 좋겠습니다! 서로가 돕고 해야 할 일이라면 머리를 맞대고 힘써 노력해 봅시다!’ 겨울은 봄을 준비하는 시기임도 잊지 않아야겠습니다.
발 빠른 말이 뛰면 굼뜬 소도 움직인다고 합니다. 선진국의 경제 회복이 수출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정부의 올해 성장률 목표는 3.9%라고 합니다. 경제성장세 회복을 위해 수출과 내수가 쌍두마차역할을 하면 금상첨화겠지만 성장 동력을 찾는 것도 시급한데, 여건이 녹록치만은 않다하니 한편 걱정이 앞서기도 하는 우린 영락없이 대한사람 대한으로 한국인에 틀림없습니다. 불꽃위에 온새미로 드러누운 물고기가 저 혼자서 뒤집어지진 않는 법입니다. 감내(堪耐)하기 힘든 고통과 슬픔을 희망과 기쁨으로 승화시켜낼 수 있을 때에 환희와 감동의 순간을, 다시 한 번 아름다운 꿈도 재현될 수 있을 것입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H5N8)가 또 다시 고개를 쳐들었답니다. 추가감염을 막기 위해 전국의 가금류 농가와 방역당국이 초긴장상태라고 합니다. 야생 철새로부터 유입되었을지 모른다는 개연성(蓋然性)을 기정사실화하고 철새 탓으로 돌리기도 합니다만 귀책사유(歸責事由)를 모면하려는 행위로 여겨서도 아니 될 일입니다. 이익과 권리를 추구하는 집단들이 워낙 많기도 하지만, 만연하는 생명경시사상, 무지한 탐욕과 반성 없는 육식문화에 경종이 울렸으면 합니다. 열악하고 한정된 공간에서 수많은 개체를 밀집(密集)사육하는 시스템의 경우 전염병창궐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는지도 모릅니다. “거듭되는 사태를 두고 저마다의 자리에서 반성하고 변화를 모색하는 계기로 삼아야한다.”는 주장에 동감하는 바입니다.
마른밥에 진반찬이 없어도 헛되이 마음에 짐 지우질 않고 허허실실(虛虛實實)하는 사람의 모습은 세월도 비켜간다고 합니다. 콧잔등이 시리도록 추울 때엔 따끈한 국물이 제격이지만 우리들의 뇌리에는 하나의 공식처럼 ‘추석엔 송편이고 설날은 떡국’이지요. 신정에 떡국 한 그릇, 구정에 또 한 그릇 더 드시고 나이 한 살 더했다손 개벽(開闢)이야 하겠습니까마는, 갑오(甲午)년에도 독자 제현(諸賢)의 건강과 소망하신 일들이 뜻대로 잘 이뤄지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