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테니스가 28년 만에 아시안게임 남자복식 금메달을 따냈다. 정체돼있던 한국 테니스의 미래에도 문이 열렸다.
임용규(23·당진시청)와 정현(18·삼일공고)이 29일 인천 부평 열우물테니스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테니스 남자복식 결승전에서 인도의 사케즈 미네니-사남 싱 조를 2-0(7-5 7-6)으로 누르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테니스가 아시안게임에서 남자복식 금메달을 거머쥔 것은 1986년 김봉수-유진선 이후 28년 만에 처음이다. 이후 1998년 방콕에서는 남자단식(윤용일), 1998년과 2006년 도하에서는 남자단체전에서 금메달을 각각 따냈지만 남자복식에서는 오랫동안 금맥이 끊겨왔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이형택-정희석이 은메달을 따낸 것이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임용규(왼쪽)와 정현이 29일 인천 부평구 열우물 테니스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테니스 남자복식 결승전에서 포인트를 따낸 뒤 마주보며 환호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복식 전문 선수가 성장하기 어려운 국내 테니스 환경에서 아시안게임 남자복식 금메달은 넘보기 어려운 벽이었다.
한국 남자복식이 아시안게임에서 성적을 거둘 때는 언제나 단식 에이스가 있었다. 1986년에는 남자단식·남자복식·혼합복식·단체전 금메달을 따내며 아시안게임 4관왕에 올랐던 ‘슈퍼스타’ 유진선이 있었고, 이후로는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호흡을 맞추며 복식 은메달과 단체전 금메달을 만든 윤용일과 이형택이 있었다. 남자단식 에이스로 한국 테니스를 지키면서도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정희석과 함께 다시 한 번 복식 은메달을 따낸 이형택이 2009년 은퇴한 이후 한국 테니스는 잠시 멈춰있던 중이다.
그러나 현재와 미래의 에이스 둘이 호흡을 맞춰 28년 만에 다시 금메달을 따냈다.
임용규는 중학교 3학년이던 2006년, 주니어 최강자들이 모두 모인 장호배주니어테니스대회에서 고등학생 형들을 모두 꺾고 우승을 차지해 ‘괴물’로 불린 선수다. 축구선수 출신인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타고난 체격과 힘이 좋고 기술도 완성돼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진로 결정을 놓고 한때 방황하던 끝에 국내 무대에 머물러있지만 19세던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부터 대표팀 기둥으로 자리했다.
임용규가 현재의 에이스라면 정현은 미래의 에이스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형들을 제치고 국내 초등학교 랭킹 1위에 올랐고 6학년이던 2008년 세계 최고 권위 대회인 미국 오렌지보울 국제주니어대회 12세부, 2011년에는 16세부에서 우승하며 ‘천재’로 불려온 선수다. 대한항공에서 테니스 선수 생활을 한 정석진 삼일공고 감독의 아들로 형 정홍(건국대)도 유망한 선수로 어릴 때부터 테니스 가족에서 자라며 엘리트코스를 밟아왔다.
현재 한국에서 가장 테니스를 잘 치고 천재라는 평가를 받은 둘이 환상적인 호흡으로 28년 만에 남자복식 금메달을 일궈내며 한국 테니스의 미래에도 희망의 빛이 환하게 비춰졌다인도를 몰아붙여 승리를 챙겼다.
(기사/스포츠경향 김은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