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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명코치 - 대런 카힐 제이윤

최연소 1위, 최고령 1위를 모두 키워낸 지도자 대런 카힐

지난 2월, 테니스계엔 작은 파문이 일었다. "대런 카힐을 코치로 맞아들일 때까지 혼자서 투어를 돌 생각이다"라는 로저 페더러의 발언 때문이었다. '가장 완벽한 경기를 펼치는 선수'로 꼽히며 세계 랭킹 1위를 지키고 있는 페더러가 "시간이 걸리더라도 카힐을 코치로 얻고 싶다"고 공공연하게 언론에 발표하자 호사가들은 카힐이 안드레 애거시와의 관계를 접고, 페더러에게 관심을 표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러나 카힐은 "나는 세계에서 가장 근사한 일을 하고 있다"며 세간의 관심을 일축했지만, 34세를 넘긴 애거시의 나이를 생각한다면 그에게는 페더러의 이런 발언은 꽤나 솔깃한 제안이었을 것이다.

사실 페더러의 발언이 충동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대런 카힐은 2002년 남아공에서 사고로 죽은 페더러의 첫 코치 페터 카터와 가장 친한 사이였다. 당시 휴이트의 코치였던 카힐과 페더러를 맡고 있던 카터는 서로의 훈련 프로그램을 공유하며, 어린 두 제자를 함께 훈련시켜 복식경기에 출전시키곤 했었다. 알다시피 휴이트와 페더러는 불과 몇년 뒤 각각 세계랭킹 1위에 올라 자신의 재능과 코치의 유능함을 세계에 과시했다.

수년간 카힐을 겪어 본 페더러에게, 카힐은 별도의 적응기간을 둘 필요가 없는 최고의 존재다. 게다가 최연소 세계랭킹 1위를 차지했던 레이튼 휴이트와 2003년 4월 28일, 33세의 나이로 최고령 세계랭킹 1위를 기록한 안드레 애거시가 카힐의 두 제자다.

세계 랭킹 1위 전문 코치, 대런 카힐은 호주의 명문 스포츠가 출신이다. 마흔을 목전에 둔 대런 카힐은 선수와 지도자로서의 인생을 살고 있는 자신의 아버지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1988년 US오픈 준결승 진출을 이뤄낸 호주 테니스계의 유망주에서, 치명적인 무릎 부상으로 테니스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될 때까지 그는 깨끗한 경기 운영으로 많은 이의 사랑을 받았다. 15회에 걸친 무릎 수술은 결국 그를 은퇴로 이끌었고, 1994년 윔블던에 출전한 것이 그의 마지막 고별 경기가 되었다.

'킬러' 카힐이라 불릴 만큼 냉철하고 일관된 성품이 특징으로 이런 성격은 훗날 그에게 세계 랭킹 1위 제조기라는 영예로운 닉네임을 선사했다. 얼마 전 세상을 뜬 호주의 유명한 코치 피터 스미스가 가장 아끼던 제자인 대런 카힐은 선수의 온-오프(On-Off) 코트 생활에 대한 세심한 관찰을 바탕으로 일대일 코칭을 설계하는 것이 특징이다.

조급한 천재 휴이트에게는 엄격함을, 백전 노장 애거시에게는 자긍심을 주는 카힐의 지도방식은 최연소 세계랭킹 1위와 최고령 세계랭킹 1위를 가능케 했다.

2001년 11월, 휴이트와 카힐의 결별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사건이다. 휴이트가 생애 최초로 US오픈 타이틀을 따낸지 불과 3달, 최연소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지 한 달도 안된 시점에 이들은 헤어졌다. 당시 카힐은 "서로 만족할 만한 시간을 보냈고 지금이 헤어지기 좋은 시기"라고 밝혔지만 이들의 결별이 카힐과 휴이트 부모와의 불화에 기인한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일년 내내 하루 24시간 아들 옆에 있어야 직성이 풀리는 휴이트 부모와 카힐은 서서히 사이가 벌어진 상태였다. 결정적인 불화는 휴이트의 기량이 절정에 달했던 2001년 9월에 불거져 나왔다. 휴이트가 생애 첫 그랜드슬램 타이틀인 US오픈 우승컵을 거머쥔 그 때, 카힐은 휴이트 부모에게 자신의 아내와 9개월된 아들을 내년 투어에 동행시키고 싶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결과는 매몰찬 거절, 휴이트가 프로에 데뷔한 이래 대부분의 시간을 가족과 떨어져 생활했던 카힐은 이 싸움을 계기로 휴이트 팀에서 이탈하기로 결심했고, 휴이트와 카힐의 8년에 걸친 관계는 끝이 났다.

1990년대 초반, 12세 어린애의 열정과 재능에 반해 무료로 코치를 자임했고 1997년 프로로 데뷔시키면서 맺었던 풀타임 코치 생활을 완전히 청산한 것이다. "대런 카힐은 내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이다. 내가 거둔 성적은 전적으로 카힐 덕분이다"라는 휴이트의 말은 그저 그런 공치사가 아니다.

휴이트는 10대 초반에 천재 소리를 들을만큼 테니스에 능했지만 주위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데 있어서 상당한 문제점을 갖고 있었던 '시건방진' 10대로 취급받았다. 기술적으로도 보완이 필요한 상태였다. 당시 호주 주니어 프로그램에 깊이 관여하고 있었던 카힐은 휴이트의 약점과 강점을 알고 있는 동시에 휴이트와 제대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드문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카힐은 휴이트의 맹렬한 투지를 경기에 대한 집중력으로 전환시키는 데 일가견이 있었다.

실제로 2001년 인디애나폴리스 대회에서의 3회전, 엘 아노위에게 패하고 감정을 폭발시키는 휴이트를 다잡은 이가 카힐이다. 오랜 시간 함께 해 온 관계가 아니라면 힘들 만큼 카힐은 휴이트의 정신 상태를 호되게 꾸짖었고, 3주후 휴이트는 피트 샘프라스를 꺾고 US오픈 타이틀을 차지했다. US오픈 2회전에서 제임스 블레이크에 대한 인종차별적 발언과 그 파장으로 시끄러울 때조차 휴이트는 경기에 대한 집중력을 놓지 않았다.

휴이트-카힐의 조합은 테니스에서 이룰 수 있는 대부분을 실현했다. 이들은 데뷔 첫 해에 113위를 기록한 데 이어 1999년에는 22위, 2000년에는 7위, 2001년에는 1위에 오르며 호주인들의 사랑을 받았는데, 전투적인 휴이트와 깨끗한 이미지의 카힐은 동전의 양면처럼 잘 어울리는 짝이었다.

이들의 관계가 끝이 나자 전세계의 이목은 카힐이 코치직을 계속할 지에 쏠렸다. 카힐은 사업적으로도 뛰어난 성공을 거두고 있는 터였고(카힐은 호주 아델라이드에서 가장 유명한 나이트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일년의 80% 이상을 가족을 내버려둔 채 떠돌아다녀야 하는 투어코치를 계속할 것 인지도 의문이었다.

하지만 결별한 지 두 달도 안되어, 카힐은 안드레 애거시 옆에 자신의 자리를 마련했다. 휴이트는 이 사실에 "믿기 어려운 일이다"라고 평했는데, 당시 애거시는 세계 랭킹 2위로 휴이트의 뒤를 바짝 뒤쫓고 있는 백전 노장이었기 때문이었다. 애거시는 8년간 자신의 곁을 지켜온 브래드 길버트와 결별하고, 헤어진 지 하루만에 카힐에게 전화를 걸 정도로 큰 관심을 표했지만, 카힐이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내지 못하면 바로 짐을 싸야 할 처지라는 건 명백했다. 카힐로서도 손목부상에 시달리는 30대의 세계 랭킹 2위를 파트너로 삼는 건 도박이었다.

카힐식 코칭의 최대 장점은 협력의 효율성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전체는 부분의 합 그 이상이다"라는 것이 카힐의 지론. 카힐은 애거시의 게임에 크게 변화를 줄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변화는 아주 미묘하고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베이스라이너인 애거시가 네트 쪽에서 좀 더 편하게 공을 치도록 '약간의' 변화를 주는 한편, 카힐은 애거시가 스스로의 능력에 확신을 가지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2002년 시벨 오픈은 카힐-애거시 팀의 성공적인 데뷔 무대였다. 손목 부상으로 호주오픈을 결장해야 했던 애거시는 시벨 오픈에서 건재함을 과시했고, 카힐의 코칭 스타일에도 만족을 표했다.

몇 달안에 결별하리라는 예상을 깨고 이들은 다음 해인 2003년, 테니스사에 길이 남을 기록을 만들어냈다. 그 중의 하나가 애거시의 호주오픈 우승. 애거시는 대런 카힐의 고국에서 벌어진 호주오픈에서 그의 4번째 우승을 거뒀다. 그의 나이 33살이었다.

애거시는 트로피를 받아드는 순간, 카힐에 대한 감사의 말로 그랜드슬램 우승 소감을 시작했다. "내 자신을 의심하던 나를 전적으로 믿어준 카힐에게 깊은 감사를 표한다. 그는 나에게 진정으로 노력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 주었다. 앞으로 내가 좋은 성적을 거두든 아니든 나는 그를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올해는 내 최고의 해다"라는 멋진 헌사를 카힐에게 보냈다.

'호주오픈의 사나이'라 불리는 애거시로부터 그같은 찬사를 받은 카힐은 호주인의 자부심을 한껏 드높여 놓았다. 그로부터 3달 후 안드레는 최고령 세계랭킹 1위 등극이라는 기록을 세웠고, 카힐은 "애거시는 내 인생의 가장 빛나는 부분이다. 애거시와 나는 서로 배우고 있다"는 말로 감격을 표했다. 애거시 역시 세계랭킹 1위의 공을 대런 카힐에게 돌렸다. 그리고 카힐은 세계 최연소 1위와 최고령 1위 모두를 지도했다는, 상당히 특이한 경력을 지닌 사나이가 되었다.

애거시는 대런 카힐을 '위대한 코치'라고 부른다. 즉 "그는 끊임없이 내 경기의 미묘한 점을 관찰했고, 그런 작은 차이에서 큰 발전의 실마리를 찾아냈다"는 것이 자신의 코치에 대한 애거시의 헌사이다.

카힐에 말에 따르면 자신의 성공은 전적으로 '팀의 시너지 효과'다. 즉 애거시를 주축으로 코치인 자신, 길 모이어, 부인 그라프가 하나의 팀으로 구성되어 코트 안팎에서 시너지 효과를 생성한다는 것이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투어 세계에서 혼자서 많은 짐을 짊어지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대부분 짐작 하고 있을 것 이다. 카힐이 천방지축 10대였던 휴이트와 20년째 프로 테니스계에 몸 담은 애거시로부터 절대적인 신뢰와 애정을 받은 것은 그가 선수의 개성을 존중하는, 상호 작용의 코칭을 선택했다는 점에 있다는 것이 세간의 평가다.

카힐은 협력의 중요성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몇 안되는 코치로 꼽힌다.

출처 : 테니스 코리아 04년 8월호

파일 :
조회 : 2730
작성 : 2004년 08월 18일 00: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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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싱샷 이런 코치가 절실하게 우리나라에 필요합니다. 10-14 14:10:43

전체 자료수 : 138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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