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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걸음으로 내딛는 새해>
새해는 간지의 스물여섯째인 기축년(己丑年),
성실함을 덕목으로 삼는 눈이 순한 소(牛)띠의 해이다.
계절의 질서를 거스르지 않는 농부의 꿈은 황소의 숨결 따라서 시작된다.
이랴 낄낄~, 보습 낀 호리를 당겨 이랑을 갈아엎는 소는
힘이 셀뿐만 아니라 온순하여 경작과 운반수단으로도 이용하는데 놀고먹는
비육우는 저작(咀嚼)한 만큼 살집을 더해가고, 홀스타인은 성가시리만치
금방 불어나는 젖 때문에 허리가 휘어질 지경이다.
줄지어서 지나가는 개미 한마리라도 짓밟힐까봐
조심스레 발을 내리 딛는 절 집에서 살생은 언감생심이다.
어긋남이 없는 계행(誡行)을 지키며 행덕이 단정한 의지와 수행을 보고도
스님이 추렴을 냈다는 억지와, 도끼나물은커녕 육젓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절밥을 얻어먹고선 눈치가 빠르면 정제에서 젓갈을 얻어먹는다는
허튼소린 그 옛날에도 있었나보다.
성현도 시속(時俗)을 따르는 법이라며 엎어만 국수는 회(膾)값을 물어준
스님 몫이라고 거드는 심지 박힌 한마디에
출가탈속(出家脫俗)의 마음고생이 오죽했으랴.
시답잖은 억측과 소문에 서릿발 치도록 명토(銘吐)를 박아낸
회의(會意)문자 "特" 에 얽힌 예지(叡智)의 표현은
소가 절집 옆에 있는 것마저 예삿일로 여기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카우보이들이 질끈 동여 멘 뱃대끈을 바짝 잡아당겨도 나자빠지는
황소 맨 등 타기는 로데오의 백미(白眉)이고, 우걱뿔의 성난 황소를
희롱하는 투우사는 붉은 무레타(Muleta)를 나부끼며
관중을 환호 속에서 열광시킨다.
바늘구멍으로 새어든 황소바람이 꿈속까지 파고들지언정 곁불을 쬐지 않는
사대부의 체면은 차마 춥단 소릴 못하고 ‘어~, 떨린다!’고 했다나, 어쨌다나.
황소 뒷걸음질 치다 쥐도 잡는다고 너스레떨며 축 늘어 처진 쇠불알이
행여 떨어지려나 싶어 소금봉질 싸들고 뒤따랐다던 민초들의 우스갯소리는
차라리 들춰낸 속내가 후련하기까지 하다.
더위 먹은 소는 달만 봐도 헐떡거린다는데
늙은 소를 빗댄 김삿갓의 심사가 인생무상을 읊조린다.
“수척한 몰골에 털마저 엉성한데/ 늙은 말 따라서 마구간을 같이 쓰네./
들판에서 짐수레 끌던 옛 공(功)은 멀어지고/ 목동 따라 푸른 들에서 놀던
시절이 꿈만 같아라./ 힘차게 끌던 쟁기 텃밭에 한가히 놓였는데/
채찍 맞으며 언덕길 오르던 그 시절 괴로웠었지/
외로이 깊어가는 밝은 달밤에/ 한평생 부질없이 쌓인 고생 돌이켜보네.
[瘦骨稜稜滿禿毛/ 傍隨老馬兩分槽/ 役車荒野前功遠/ 牧竪靑山舊夢高/
健耦常疎閑臥圃/ 苦鞭長閱倦登皐/ 可憐明月深深夜/ 回憶平生滿積勞/
(老牛/金炳淵)]”
오뉴월 소나기가 쇠등을 다투어도
서쪽하늘에 무지개 서면 개울너머 풀밭에 소를 매지 말라고 했다.
감기 고뿔도 남 주기 싫어하는 세상인심이고
시큰둥한 심중을 헤아리기 어려운 쇠고집과 닭고집이다.
한겨레 한 핏줄인 배달민족이 반백년이 넘도록 소, 닭 보듯 그렇게 살아왔다.
늦춰진 고삐는 느린 풍경소리와 함께 코뚜레의 아픔을 잠시나마 잊게 하지만
“가다가 힘들면 쉬어가더라도 손잡고 가보자 같이 가보자”던 노랫말처럼
우리의 소원은 언제쯤 하나로 이루어지려나.
어물쩍 당겨진 사천만의 멍에위에 지워진 짐을 이제는 벗어 내려놓을법한데
하늘의 뜻이 따로 있어서일까 아니면.......
걸음재촉이 빗발쳐도 저벅저벅 내딛는 황소걸음은 천릿길에도 믿음이 선다.
살아생전 온몸 바쳐가며 일하고 죽어서도 한 점 남김없이 주고 떠나는
우공(牛公)은 살신성인(殺身成仁)의 본보기이다.
뜸베질을 잘하던 송낙뿔의 황소가 그놈의 경제 탓에 에두르는 현실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 있고, 파방(罷榜)의 수수엿장수가 개탄하던
흩어진 천금도 언젠가는 순리를 따라 돌아오고야 말 것이다.
뜻하시는 일마다 잘되길 바랍니다.
“일획이 만 획이요, 만 획이 일획이나 일획을 두고 어찌 따로 법을 말하리오.”
새해 복 많이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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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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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14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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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 2009년 01월 01일 22:00: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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