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 긴터널을 지나고 있는 기분일 것이다.
어느 깊은 산골의 어둡고 침침한 터널의 끝에서 여명처럼 느껴지는
희망이 그들의 가슴을 따스하게 감싸고 있었을 것이다.
김동현의 부모를 만났을 때 그런 부모의 심정이 역력히 드러나 보였다.
"작년에 부상땜에...."
"이번에 우승한 거 축하합니다"
말이 채 끝나기도 무섭게 잠시 후에 있을 동현의 경기에 대한 걱정을
얘기했다.
상대의 키가 186이라던가, 랭킹이 일백위대...
살얼음을 걷고 있는 그의 부모 심정을 헤아릴수 있었다.
1번 코트, 한낮에 시작된 5번 시드의 츄디넬리와의 본선1회전.
부상을 딛고 2번의 국내대회에서 우승을 하며 재기에 성공한 김동현.
한마디로 파워와 노련미의 싸움이었다.
긴키에서 내리 꽂는 서어비스때문에 그의 게임을 블레이크하기에 힘들어
보였고 어느 기술이든 빈틈이 없어 보였다.
김동현의 백핸드 슬라이스가 길게 뻗어도 슬라이스의 한계가 확연히
드러 나는 경기였다.
츄디넬리가 백핸드쪽으로 치고 네트대쉬를 할 때 마다 김동현의 백핸드
드라이브가 네트를 넘지 못했고 반대로 김동현의 대쉬때 상대의 패싱에
점수를 잃곤 했다.
첫세트는 6대 3
불안한 출발이었다.
김동현이 어쩌다 친 백핸드 드라이브가 짧게 튀어오르자 여지없이 두드렸다.
스트록 랠리의 싸움도 여의치 않았으나 2세트엔 착실히 서비스게임을
지켜 4대4 .
행운의 여신이 찾아 올 것인가.
상대의 서비스권을 빼앗을 찬스를 맞이 하고 있는 순간, 15대30,
네트를 대쉬하던 김동현의 몸이 중심을 잃는 듯 했고 숨죽이고 지켜보던 그의
어머니에게 눈이 갔다.
어릴때부터 보아 왔던 동현이. 어느새 우리 나이로 27살이 되었다.
떠오르는 유망주에서 부상, 재기의 연속
가슴 졸이며 스텐드를 지키는 부모의 가슴은 새까맣게 타고 있었다.
우리의 삶은 인간의 역사처럼 도전에 대한 응전이 아닌가,
비틀거리며 마지막 포인트까지 마치고 돌아서는 동현이에게 한마디하고 싶었다.
"동현아, 저녁에 맥주 한잔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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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22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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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 2004년 04월 01일 09:13: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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